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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이야기

이유없는 짜증은 없다. 삶이 안풀릴 것 같은 막연한 두려움

by 바이뭄뭄 2025. 3. 25.

주말을 보내고 다시 평일이 왔다. 나는 또 새벽 4시에 일어나서 글을 쓰려다가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아서 간밤에 꾼 꿈을 적고는 그대로 책을 읽었다. 

 

1시간가량 책을 읽고 5시 20분에 씻고 아침 챙겨 먹고 출근을 했다. 

 

 

보통 아침 출근길에 날씨가 좋으면 거의 매일이다 시피 걸어간다. 날씨가 풀려서 기분이 좋았던 주말과는 대비되게 오늘은 자꾸만 짜증이 났다. 흠..

 

가령 횡단보도가 파란불인데 멈추지 않고 쌩하니 지나가는 차량을 흘깃하며 "신호 좀 보고 다녀라.." 중얼거리고, 인도에서 걸어가는데 뒤에 오는 자전거의 띠링 띠링 조심하라며 울리는 종소리에도 "자리 많은데 알아서 비켜가면 되지 뭘 자꾸 비켜라고 하는 거야?"라며 짜증을 부렸다. 

 

출근길에 남편이 아침 먹을 게 없어 냉장고 문을 열어보는 걸 보곤 "고구마 좀 먹을래?"라고 물으니 단박에 "아니" 거절하는 모습을 보곤 "그래, 내가 주는건 다 싫지, 먹지 마라 먹지 마~ 똥을 주는 것도 아닌데 매번 저렇게 싫데"라던지..

 

자꾸만 내 안에서 화가 치밀어 올라온다. 왜 그럴까.. 화를 낼 때마다 내가 왜 이러지? 생각해 봤다. 화를 내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30대 초반이였던 5년 전쯤 지금 모습과는 또 너무나도 다르게 사람이 매사 긍정적이었을 때가 있다. 그때의 내 모습을 곰곰이 생각해 보니 지금이랑 다른 점이 하나 있었다.

 

그때는 어떻게 그런 마음이었나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지금보다 수입도 훨씬 적었는데 한 달에 140만 원가량을 손에 쥐었었다.

 

그런데도 매사에 즐거웠다. 달에 40만 원 정도 적금을 했었나? 그랬는데도 왠지 모를 기대감이란 게 늘 있었다. 나는 나이들면 꼭 주택을 지어서 앞마당에 상추를 심고 흙 밟으며 살아야지. 

 

남편이랑 오순도순 산책도 하고 하고픈 거 다하며 살아야지. 정말 진심으로 그렇게 될 줄 알았다. 열심히 살면 비록 지금은 수입이 적더라도 어떤 계기로 인해 일이 잘 풀릴 것만 같은 기대감이 늘 있었다. 

 

일을 하며 즐거웠다. 힘들긴 했어도 같이 일하는 언니들과 늘 즐거웠고, 회사에 오는 게 봄소풍 가는 것 마냥 즐거웠다. 콧노래를 부르며 일을 했다. 참 이상하지..

 

그로부터 5~6년이 흐른 지금.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남편은 남편대로 몇 년에 한 번씩 사고를 치고, 직장은 몇 번을 그만뒀다 다녔다 한지 모르겠다. 

 

한 가지 일이 나에게 생길 때마다 그냥 묵묵히 받아 들였다.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처음 그렇게나 사무치는 상실감을 느꼈는데 내가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다. 

 

사람의 인생이 참 허무하고 짧구나, 나는 뭐 하러 살아가고 있는 걸까 싶었고 지금 돌이켜 보니 깊은 우울이 있었던 것 같다. 

 

힘든 일은 겹쳐 오는 거라고 엄마가 생사를 오가고 있을 때 남편도 큰 사고를 한번 쳤다.

 

그 시간들이 어떻게 지나간 건지 잘 모르겠다. 그냥 울고 싶으면 울고, 짜증도 냈다가 우울감도 느꼈다가 그냥 오는 감정을 다 그대로 느꼈던 것 같다. 

 

그러면서 내 안에 가지고 있던 믿음들이 하나둘씩 깨지기 시작한 것 같다. 

 

열심히 살면 좋은 날이 올 거고, 내가 나이 들어서도 부모님이 항상 내 옆에 있으며 나를 봐줄 거라 생각했는데 그럴 수 없다는 것.. 남편과 오순도순 잘 살 줄 알았는데 어쩌면 그런 날이 오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 

 

열심히 살아도 60 넘어 내 손에 잡히는 건 없겠구나.. 싶은 생각이 철없던 시절 늘 긍정적이기만 했던 그 생각들을 하나씩 무너뜨렸다.  

 

5년 전에 나에게 내가 묻고 싶다. '너라면 이런 생각이 들 때 어떻게 걱정을 가라앉히겠니?'라고. 어떻게 답할지 알 것만 같다. 

 

"왜 미리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걱정하니? 그냥 현재에 살아, 설사 힘든 일이 일어난다고 해도 받아들이면서 지나갈 수 밖엔 없어.."라고. 

 

 

힘든 일은 그래.. 어떻게 할 방도가 없다. 그냥 정면돌파하며 묵묵히 지나가야 한다. 그런데 정말 그런 일들을 겪어보니 꽤 많은 상처를 남기고 지나가더라는 거다. 

 

기나긴 소용돌이에 갇힌 느낌이 이런 걸까?

 

시간이 더 지나면 괜찮아지는 걸까? 그냥 묵묵히 지금 할 일을 하면서 지낼 수밖에. 짜증이 나면 그렇구나 바라보고.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은 다 해내가면서.. 

 

괜찮다, 괜찮다, 무언가를 꼭 이루지 않아도 괜찮고, 성공하지 않아도 괜찮고 바쁘고 힘들고 여유가 없는 하루였대도 다 괜찮다. 

 

계속해서 밀어붙이지도 막무가내로 해내라고 다그치고 싶지도 않다.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고 싶다. 다그침은 나를 빨리 지치게만 만들 뿐 딱히 도움이 되진 않는 것 같다. 그냥 오래 천천히 내가 할 일을 해나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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